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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생명보호 의무에 위반한 경우, 국가의 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9-19 11:29:13
  • 조회수 : 1354

 

 

  고의나 과실로 어떤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가해자는 손해(위자료 포함)를 입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여야 한다. 이를 불법행위책임이라고 한다. 가해자가 1명인 단독 불법행위가 많지만 가해자가 2명 이상인 공동불법행위도 주위에서 흔히 목격된다. 예를 들면 A가 대낮에 제한속도 60km인 도로 1차선에서 70km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치었다. 피해자는 2차로 상에 쓰러졌다. 아직 살아 있었는데 B가 사고 직후 2차선에서 60km로 운전 중 2차선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피하지 못하고 역과하여 피해자는 사망하였다.

 

  이러한 경우 과실이 적은 B가 경제력이 많고, A는 경제력이 없는 경우라도 두 사람은 연대책임을 진다. 피해자 보호 차원이다. 따라서 피해자 측은 B만을 상대로 손해배상 전액(예, 1억원)을 청구할 수도 있고, A와 B를 공동 피고로 하여 그들에게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과실이 적은 B라도 우선 피해자 측에게 전액을 배상해주어야 한다. 그 후 B는 A를 상대로 다시 구상권을 행사하여 자기 과실(예, 10%)에 상응하는 책임 액수를 제외하고 9천만원을 A로부터 변상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손해의 공평한 분담 차원에서 보면 가해자 B는 억울하다. 특히 A가 경제력이 없는 경우, 구상권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변상을 받을 수 없다. 자기로 인한 책임은 10%인데, 실제로는 100%의 책임을 진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각국에서도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많다. 위 사례에서 B의 책임을 처음부터 10%로 제한하여 1천만원만 피해자에게 배상하자는 논의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2011년 국회에 제출한 민법 개정안에서 많은 논란 끝에 책임제한 조항을 신설하자는 민법개정소위원회안을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도 아직 우리와 마찬가지이다.

 

  우리 법원은 하급심(1,2심)에서는 우회적으로 액수를 조절하기도 하였다. 즉 위자료 책임이라도 A에게 많이 부과하고, B에게 적게 부담하는 방식, 시차가 좀 나는 사고인 경우 등에서 공동불법행위를 부정하면, 단독 불법행위가 되므로 그들이 각자 자기 과실 비율로 책임지게 하는 방식, 피해자의 주의의무위반으로(즉 과실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이를 상계하는 과실상계를 개별 가해자별로 하는 방식(위 사례에서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하였으므로 사고의 50%는 피해자 잘못으로 인정된다면 원칙은 5천만원을 전액에서 상계하므로 A와 B가 연대하여 5천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여야 하지만 피해자의 과실상계를 A에 대하여는 30%, B에 대하여는 70%로 하는 방식 – 따라서 A는 7천만원 배상, B는 3천만원 배상), 본격적으로 위와 같이 책임제한을 가해자별로 하는 방식 등으로 판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칙인 연대책임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인질강도가 여대생 피해자를 차로 납치하여, 피해자는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였으나 경찰이 검문검색을 신속하고 적절히 하였다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매우 소홀히 하여 강도가 경찰로부터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의 잘못은 없어 피해자의 과실을 이유로 과실상계는 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2016.4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직무로 하고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나,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고 국가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가 그 소속 경찰관의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직무집행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주의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해 경찰관의 주의의무 위반의 경위 및 주의의무 위반행위의 태양, 피해자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한 2심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제한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이와 유사한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은 국가의 책임제한 20%로 제한하였다. 향후 오원춘 사건 피해자 유족도 위와 같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의 공동불법행위가 아닌 국가가 일부 기여한 공동불법행위에서 국가의 책임을 제한하는 태도는 타당하지 않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명권은 인간 존엄성 보장의 핵심이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국가 자신이 이를 소홀히 하여 침해된 생명에 대하여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또 헌법 제30조는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가의 잘못이 아닌 경우라도 국가는 범죄피해자를 구조할 의무가 있다. 범죄피해자구조법은 범죄피해자에게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는데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일정한 배상을 받았다면 이를 공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국가의 잘못으로 손해에 대하여 국가 피해자유족에게 (그것도 책임을 30%로 한정하여)배상한 금액을 이 구조금에서 다시 감액도 할 수 있는 모순적인 현상이 생긴다.

 

  따라서 천부인권으로 불가침인 생명권 보호의무를 강조한 헌법정신에 충실하고, 피해자의 충분한 배상을 위하여 개인들이 공동 가해자인 공동불법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잘못이 기여하여 생명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책임지고 배상하고 가해자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정한중(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2016. 9. 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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