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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쿠르디, 행복한가?_최혜지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9-14 10:22:56
  • 조회수 : 1212

 

아일란 쿠르디, 작은 체구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전 세계에 깊은 자기 성찰을 요구한 세 살 꼬마. 쿠르디는 죽은 후에야 난민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아일란 쿠르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말 걸 수 있었다. 쿠르디와 가족의 사연에 많은 한국인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쿠르디의 가족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난 먼 곳 어디선가 일어난 비극적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2015년 오늘, 쿠르디의 조국 시리아와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 이곳에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표류하고 있는 또 다른 쿠르디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치 않는 사람을 난민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난민협약의 정의는 전쟁 등 난민이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난민의 개념은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 등을 이유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확대되었다. 쿠르디와 가족이 난민으로 통칭되었던 이유이다.  

 

유엔 난민기구에 의하면 지난해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강제 이주자만도 5,950만 명에 이른다. 2011년 이후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은 400만 명을 넘어선다. 우리나라는 1992년 12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협약 의정서’에 가입하고 1994년부터 난민인정 신청을 받았다. 난민인정 신청건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2015년 5월 현재까지 11,172명이 우리나라에 난민인정을 신청했다.  

 

신청자 중 난민인정을 받은 난민인정자는 496명으로 우리나라의 난민인정율은 4.4%에 불과하다. 2015년 한 해만 살펴보면 1,633명의 난민신청자 중 1.29%인 21명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으며, 가족결합을 제외한 순수 난민인정자는 단 11명으로 0.16%에 불과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협약국의 평균 난민인정률 38%와 비교하면 낯 뜨거운 수치이다. 국민인구수 대비 난민인정자의 비율 또한 OECD 가입국의 평균 0.2에 비해 우리나라는 0.0005로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시리아인은 2015년 5월 현재 713명이며 이 중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은 3명, 인도적 지위가 인정되어 체류가 허가된 사람은 75명에 불과하다. 그 외는 난민신청자의 지위로 법무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이다. 쿠르디 가족이 대한민국을 정착국으로 희망해 이 땅에 발을 디뎠다한들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의 난민인정율이 낮은 원인의 하나로 난민심사관과 난민전담공무원의 난민인정에 대한 관점이 지적되어 왔다. 난민인정은 출입국관리 또는 체류관리와 다른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하나 난민심사관 등은 통제 중심의 태도를 견지한다는 우려이다. 절대적 위험에 처한 난민의 난민인정을 거부하는 오류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염려보다 체류연장을 목적으로 한 위장 신청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난민법을 공포하고 난민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난민처우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노정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난민인정을 신청한 쿠르디 가족은 난민신청을 제출한 날로부터 최대 6개월 간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난민지원시설이 아닌 곳에 거주할 경우, 4인으로 이루어진 쿠르디 가족은 월 1,105,600원의 생계비를 지원 받는다. 우리나라의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67만원의 66%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나마 6개월 후에는 생계비 지원마저 중단된다.  

 

난민신청을 제출한 날로부터 6개월 이후부터는 취업활동이 허락되지만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아는 사람조차 없는 쿠르디의 아빠와 엄마가 취업을 통해 쿠르디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현실감 없는 공상일 뿐이다. 쿠르디는 난민신청자라는 자격으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과 추위를 견뎌내기에 옹색한 정도의 옷가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실이다. 난민을 위한 사회적 지원의 수준과 내용이 현실화 되어야 하며, 난민신청자의 생계비지원 수준이 법무부 장관에 일임되는 제도적 문제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제한된 예산으로 자국민의 삶을 돌보기도 버거운 정부가 난민지원에 여유로울 수는 없다. 사회 구성원이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난민의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난민의 이동 범위가 국가경계 내로 제한되었을 뿐 수많은 쿠르디가 고향을 떠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1,110명의 또 다른 우리는 탈북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세계 각국에서 이방인의 고단함을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난민지원센터 건립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좌초되었던 단상은 난민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와 인식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사회 전체의 인권 감수성과 다문화적 역량이 우리사회가 난민문제를 풀어가는 방향타임을 의미한다.  

 

한국 전쟁의 폐허에서 울음으로 호소하던 어린 고아의 모습으로 수많은 쿠르디가 이 땅에 존재 했었다. 난민임을 인정받기를 기다리는 또 다른 쿠르디가 지금 이 땅에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아일란 쿠르디를 향한 우리의 애도가 대한민국에 도움을 청한 또 다른 쿠르디의 행복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 질 수 있어야 한다. 잠든 쿠르디의 비극이 오늘 우리 곁에 있는 쿠르디의 슬픔으로 재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최혜지(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5.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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