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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준연령 조정, 반전 없는 발칙한 발상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1-02 10:24:10
  • 조회수 : 918

 

오죽하면 노인이 나섰겠는가? 그분들의 위기의식을 모르지 않는 터라 일견 박수해 드리고 싶기도 하다. 의학 기술의 발달, 혹은 무엇이 원인이든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5년 82세의 턱 밑까지 올라와 있다. 2015년에 태어난 아이는 큰 탈이 없다면 82년에 가까운 삶을 살 것이라는 의미이다. 2015년 이미 65세에 이른 노인은 평균 기대여명이 20년 이상으로 85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어느 집이든 흔히 걸려있던 금줄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한국 여성이 생의 전 기간 동안 출산하는 자녀수는 2015년 평균 1.21명에 불과하다. 남녀 둘이 결혼해 1.21명의 자녀를 두는 것으로 그치니 머리 쓰지 않아도 현상유지조차 어렵다는 결론에 쉽게 이른다.

 

노인은 무대 위에서 내려오시질 않고 무대 위에 오르는 새 생명은 뜸하니 무대 위에는 자연히 어르신이 많아질 밖에 도리가 없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발 디딘 후 18년 만인 2018년, 노인인구는 1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산업화, 경제성장에 이어 또 다른 ‘압축’의 신기원이 고령화에서 재현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노인이 사용하는 의료비는 2000년 2조2893억원에서 2010년 13조 7847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예산은 2016년 약 8조원에 이른다. 노인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치매노인 보호를 위해 우리사회가 지불하는 직간접 경비는 2013년 11조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고, 국민연금 재정을 거덜 내며, 급기야 국가 재정건전성을 와해하는 총체적 난국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방관할 수 없는 위기이다. 그런데, 감탄조차 충분치 않은, 기발하기 그지없는 해결법이 소위 노인을 대변한다는 분들로부터 제시되었다. 노인 기준연령을 높이자는 의견이다. 어느 법에도 명시된 바 없지만 기초연금, 경로우대 수혜의 기준연령으로 제시되었다는 이유에서 65세로 합의되어 온 노인의 기준연령을 70세로 증가하자는 제안이다. 70세를 기준으로 노인, 비노인을 가르는 줄긋기를 다시 해 노인인구를 줄여보자는 가상한 생각이다. 노인 부양하느라 파산하는 국가를 보느니 노인의 경계를 완고히 해 국가를 위기로부터 구하겠다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한 결단이다. 그 같은 결의가 소위 노인을 대표한다는 분들의 자발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박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명확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 기준연령의 중가가 곧 노인만이 받을 수 있는 복지급여  자격연령의 증가로 연계될 것임을 전제한 제안이다. 69세이나 여전히 건강한 누군가를 감히 노인으로 분류해 뒷방 인사 취급하는 부당한 사회처사를 염두에 둔 제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로부터 부양받을 권리를 부여받고 국가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노인인구의 몸집을 줄이자는 혜윰이다. 노령연금, 기초연금, 장기요양서비스를 비롯해 노인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늦추어 보자는 발상이다.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하지 않은, 노인이라는 이름이 달갑지 않은 누군가는 환영할 수도 있는 제안이다. 그러나 그 먹고 사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평균 퇴직연령이 57세에 불과하고, 퇴직 후 재취업율 또한 염치없는 수치인 우리나라에서 노인 기준연령의 증가는 소득 공백기의 증가와 같은 의미이다. 평균 13년의 기간을 퇴직으로 인해 절벽 아래로 떨어진 소득에 의지해 살아내야 한다는 비극을 의미한다. 현재에도 49%를 웃도는 노인 빈곤율이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노인 기준연령이 몇 살로 선 그어지던 퇴직과 은퇴로 소득보전이 필요한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있다. 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의 머리수가 감소했다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 삶의 질의 문제가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그저 선 밖에서 더 비극적인 상황을 감내하며 변함없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우리 정부는 ‘기준선 다시 정하기’를 사회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로 남용하게 될지 모르겠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기준을 협소화 하는 것으로, 청년 일자리는 문제 역시 청년의 기준연령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하는 발칙하고, 기상천외한, 가상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만병통치약으로 갈색병에 담아내지 않을까 냉소하게 된다.          
     

최혜지(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5.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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