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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를 대한 기업의 자세, '겨자에서 품격으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11-30 10:01:52
  • 조회수 : 687

 

세밑이 냉랭한 겨울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움츠러드는 어깨여야 소외된 이웃을 향한 손길을 호소하기가 수월해 보인다. 따뜻한 심장만이 데울 수 있다는 온도계가 어김없이 광화문 중앙에 자리했다. 그 간 방임했던 이타의 고결한 유전자를 돌연 깨워야 할 때가 왔음을 묵묵히 채근하고 있다. 낭랑보다 처량에 가까운 종소리가 거리 소음에 배어나고, 뉴스 말미에 자애한 누군가의 이름과 액수가 일일이 언급되는 단상이 우리에게 각인된 기부의 이미지이다. 사는 모습은 서구보다 더 서구화 되었음에도 유독 기부만은 구태스런 고집을 쉬이 놓지 않는다.

 

2014년 우리 기업의 기부 총액은 3조원에 달한다. 개인 기부자의 기부액 9조원과 더불어 우리사회의 기부역량은 약 12조원으로 가늠된다. 누구는 대견하다 할 규모이다. 그러나 2015년 우리사회의 기부성적은 세계 64위로 낯 뜨겁다. GDP 1조4천5백억달러, 경제순위 세계 13위에 견주어 변명 불가능한 간극이다.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기부액은 2억7천만원, 매출액의 0.1%를 넘지 못했다. 과거 10년 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하락세를 지속해 왔다. 유독 100위 이내 상장기업의 하락 폭이 크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기업의 인심은 곳간의 차고 기움에 민감하지 않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기업기부에 뚜렷한 단층을 남겼다. 2005년 이후 제법 증가세를 보이던 기업 기부금은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급감 한 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한파가 기부를 여미게 한 충격에 비해 나아진 살림살이가 기부를 풀어낼 여력은 미약했는가 보다. 기업의 살림 사는 형편은 기부와 나란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건강한 기부문화의 조짐이 아주 부재한 것은 아니다. 기업 총 기부금 중 100위 이내 상장기업의 기부금 비율은 2005년 54.5%에서 2014년 44.2%로 감소했다. 100위권 밖 비상장기업의 동기간 동수치는 26%에서 31%로 증가했다. 대기업의 통 큰 기부에 의존해 온 기업기부가 다수 기업의 작은 참여로 치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온 기부의 무게중심이 분산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특히 대기업 기부금의 80% 이상이 사용처를 지정한 기부임에 반해 100권 밖 비상장기업은 비지정 기부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비정치적으로 읽힌다. 기업기부의 주역이 교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기부는 쉽게 기업의 이미지나 세제혜택을 염두에 둔 경영전략의 일부로 이해된다. 기업이 생존해야 할 경제 생태계의 성장을 위해 기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당연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 이익 감소의 충격이 완충지대 없이 기부의 축소로 반동하는 현실은 기부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가 사회적 책임과 거리가 있음을 방증한다. 울며 먹어야 할 겨자, 기업이 기부를 대하는 과거 그리고 현재의 자세이다.

 

조성진, 젊은 피아니스트의 탄생은 세계인 모두에게 하나의 희열이었다. 그의 성공이 별난 이유는 유복한 가정이나 그림자 같은 부모를 배경에 두지 않았다는데 있다. 문화예술에 뜻을 둔 모 기업의 후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소년을 천재로 키워내는 힘, 기부의 품격이다. 기업이 탄생하고 자라고 성숙해갈 터, 그 터를 기름지게 하는 것이 기부이다. 때문에 기부는 기업이 자신을 키워내는 또 다른 방식이다. 품격, 기업이 기부를 대하는 자세여야 한다.  

 

최혜지(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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