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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의 몸 이야기 1: 진화의 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2-15 11:33:41
  • 조회수 : 1029

 

사람이 남의 얼굴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재미있게도 자신의 얼굴은 -도구를 이용하지 않는 한 -스스로 볼 수 없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내 얼굴은 나 보다는 남을 위해서 그리고 남과의 소통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은 무엇일까? 자신의 몸을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있을까? 몸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마음을 담는 도구일까? 인간을 타락하게 하는 욕망의 덩어리 일까?

 

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마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막연하고 너무도 포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몸이라고 할 때는 의학이나 생리학 등에서 연구하는 몸이 아니라 감성, 지성 영성이 스며들어 있는 체험의 몸(soma)를 말한다. 몸은 삶 자체이고 체험의 덩어리로 결코 육신만의 아니라 감성, 지성 영성이 스며들어 있으며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란 시계추처럼 늘 그렇게 고정된 궤도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행위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생명의 기운을 생산해 내서 역경을 헤치며 살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일수록 몸은 긴장되고 왜곡되어 결국은 병들게 된다. 몸을 억압하는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너무도 핵심적인 일이다. 그에 더해서 온갖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즉 몸을 알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실천들을 해 내는 것이 성장의 길일 것이다. 몸을 알고 몸공부를 하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몸이 성장할 수 있다. 나는 발레를 하기에는 불량품인 내 몸 덕분에 발레가 아닌 몸학(Somatics) 계열의 다양한 메소드를 공부해 왔다. 물론 발레를 잘하기 위해서였지만 몸 공부가 쌓이자 자연히 내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내 몸이 천지개벽을 한 신비한 체험을 하였으며 진정으로 내 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 나 뿐 아니라 누구나 사람의 몸에는 그 자신과 타인와의 관계가 축적되어 있으며 몸에 그 사람의 ‘인품’과 시·공간의 상황이 드러나게 됨을 점차 알게 되었다. 곧 그 사람인 몸이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암울하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의 몸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생명의 ‘기’로 이 현실이 극복되리라고 믿는다. 인간이 세상에 온 것은 곧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몸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몸의 생명력으로 암울한 현실은 결국 물러날 것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있고 우리 몸의 생명력으로 동은 틀 것이다.

 

 

조기숙(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공연문화연구센터 소장, 무용역사기록학회 공동회장) 

201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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