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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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란 쿠르디, 작은 체구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전 세계에 깊은 자기 성찰을 요구한 세 살 꼬마. 쿠르디는 죽은 후에야 난민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아일란 쿠르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말 걸 수 있었다. 쿠르디와 가족의 사연에 많은 한국인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쿠르디의 가족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난 먼 곳 어디선가 일어난 비극적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2015년 오늘, 쿠르디의 조국 시리아와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 이곳에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표류하고 있는 또 다른 쿠르디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
 비무장 지대 도발을 두고 남북 간 긴장이 팽팽해졌던 최근, 전역을 연기한 몇몇 병사들의 이야기가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들의 투지와 결단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존중받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한발 더 나아가 전역을 연기한 병사들을 집계(50여 명)해 홍보에 적극 활용하였다. 이 자료를 받은 언론매체들은 이들을 전쟁영웅 다루듯이 대서특필하며 칭송하기에 바빴다. 대통령도 이를 언급하며 영웅 만들기에 일조하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선전전’으로 활용하고 국내에선 이 사례를 필두로 전역연기 캠페인을 벌이는 듯한 인상까지 던져주었다. 매우 특별하게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은 총수의 대기업은 정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전역 연기자들을 우선 채용하겠다고 밝혀 센세이셔널리즘의 종결자가 되었다.&n...
  ​시무스 히니(Seamus Heaney, 1939-2013)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199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삶, 선조에 대한 기억, 아일랜드의 역사와 신화를 시로 형상화했다. 그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의 대표시 「땅파기」("Digging")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검지와 엄지 사이에/ 아담한 펜이 놓여 있다./ 난 그것으로 땅파기를 할 거다.” 펜은 전업 작가의 밥벌이의 도구, 슬픈 아일랜드의 역사를 기록할 도구, 혁명 같은 정치적 행위의 도구가 된다. 아일랜드인의 주식은 감자, 농촌의 땔감은 이탄(泥炭), 타민족 대비 장점은 문학과 예술의 능력을 점화시키는 상상력. 시의 일부를 읽어보자.   「땅파기」 감자 흙의 차가운 냄새,...
  우리 헌법은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의 통치체제, 조직구성 및 운영원리, 기본권 보장 등을 규정한 최상위 법이다. ‘민주공화국’이란 국민이 주인이 되어 공화정치를 하는 나라,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를 뜻하는데, 이런 나라에서 헌법이란 법률, 명령, 조례, 규칙이란 ‘후손’들을 통할하는 모든 법계의 ‘시조’인 셈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 헌법을 너무 모르고 산다. 아니 어려운 것이라 치부하여 아예 들여다보지 않으려 한다. 안다 해도 불감증이 너무 심한 상태다. 오랫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일반 시민들은 물론 지식인들도 그렇다. 직무상 헌법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할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무원들도 그렇다. 학창시절 생소한 용어들의 나열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사회 구성원 ...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는 미국출신의 여성작가로 30세 에 2살도 채 안된 두 아이를 남겨둔 채 오븐에 머리를 들이밀고 가스흡입이란 극단적 방식으로 자살했다. 섬뜩하다. 이 이야기는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 <실비아>로 만들어졌다. 보스턴 태생으로 명문여대 스미스 칼리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학을 올 때만 해도 그녀의 인생은 장밋빛 유람선이었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에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표시 「여장부 라자루스」(“Lady Lazarus”)에서 그녀는 “죽는다는 것은 예술”이라고 선언하는 냉소적이며 당찬 면모를 보인다. “죽는다는 것은 예...
“나 다시 돌아갈래!”(<박하사탕>) 어느 때인가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이렇게 외친다. 한 번, 또 한 번, 도대체 몇 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되돌릴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외침이다. 때로는, 몸과 마음이, 안팎으로, 힘들고 복잡하다고, 쉽게 내뱉는 투정이기도 하다. 나이가 육십이 다 되어가도, 우리는 여전히 어리(석)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길이 갈라지는 가을 숲에서, “안타까워라, 우리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한다.” (로버트 L. 프로스트) 더구나 내가 가는 길에서 이제 모든 것은 다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자신들만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다.” (루쉰, 「고향」) 내가 가는...
6월의 마음 [2015-06-22]
  박한승희 작, "무제" 100x100cm 유화, 20072000년 11월 독일 Bonn으로 유학을 갔다. 미술대학은 없었지만 한국 어학원에서 연계된 어학원이 Bonn에 있었다. 기숙사 생활이 순조로웠던 건 기숙사에 한국인이 5명이나 있어서였다. 하지만 아는 선생님이 이런 상황을 알고 제자를 바로 미술대학이 있는 도시로 강제이동을 시켰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Bonn은 한국인들과 자주 어울려 어학에 지장이 되고 미술대학교가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게 효율적이란 생각을 하신 결과였다. “누나는 3개월이 아니라 3년을 이 기숙사에서 산 것 같다.” 3개월 동안 정든 한국 친구들 4명이 나의 짐을 바리바리 들고 새로운 도시로 향했다. 이 광경은 지금 생각해도 미소가 번진다.  당...
욕망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자유경쟁 체제에서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통해 발산하는 욕망은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하지만 기득권의 힘이나 제도의 빈틈을 악용해 펼치는 ‘욕망의 거미줄’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와 근간을 붕괴시켜 그 구성원들을 절망의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극히 일부가 바로 후자의 사례에 속한다. 구체적으로 일부 대형 로펌과 개인법률 사무소를 가장한 사실상의 기업형 로펌이 해당된다. 이런 곳은 입법, 사법, 행정 등 3부의 장·차관이나 고위 공무원이 퇴직하면 이들을 고문, 자문역 등으로 모셔가기에 바쁘다. 판검사도 포함되어 있다. 그때마다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면 데려가는 곳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가는 사람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외친다. 국...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1818-1848)는 단 한 권의 명작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1947)으로 문학사에 족적을 남겼다. '야생초' 인간 히스클리프(Heathcliff)와 '야생마' 캐서린(Catherine)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여성이 글을 쓰고 출판하는 것이 쉽지 않던 시대에 그녀는 엘리스 벨(Ellis Bell)이란 필명으로 이 소설을 출간했다. 그녀는 미혼이었고 30세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했다. 오빠의 장례식에서 걸린 감기가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가 죽던 날 아침 언니 샬롯은 구릉지에서 꺾어온 헤더꽃을 동생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죽은 후 애완견이 수 주 동안 울부짖었다고 전한다.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ars long...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는 이름에서 풍기듯 거친 열정(wild passion)의 소유자였다. 너무 와일드할 정도로. 시대의 관습과 통념에 맞선 용기와 저항정신 그를 더욱 빛나는 별로 만든다.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광고문구와 그의 삶이 겹친다.런던 중심가 트라팔가 광장 옆 세인트 마틴 교회를 끼고 걷다보면 그를 기념하는 흉측한 ‘오스카 와일드의 대화’ 브론즈상(조각가 매기 햄블링 작)을 만나게 된다. 관 속에서 부활하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한쪽 눈에는 별이 박혀있다. 관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있다.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
안개 낀 전주역은 설렘과 안타까움이다. 초등학교 졸업여행을 전주로 갔었다. 생의 처음으로 전주라는 큰 도시를 갔었다.덕진공원의 연꽃도 놀라왔지만 한옥으로 지어진 전주역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때 각인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전주역을 배경으로 찍은 한 장 남은 6학년 전체 사진 때문인 듯하다. 나의 삶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갈 수 있다면 지체하지 않고 전주로 날아 갈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가장자리쯤 위치했던 상아탑학원에서의 입시생활로.....지금의 한옥마을이 형성되지 않은 때이다.  그 당시 학원생들이 우리 학원 캠퍼스라 불렀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고 높고 커다란 나무 그늘은 우리들의 휴식처였다. 경기전을 들어...
어머니의 세계 [2015-04-27]
아흔의 어머니는 그 일도, 그 날도 이제는 잊어버리셨다. 벌써 40년 넘게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마음은 안식을 얻은 것이다. 시간이 멈추었다. 우리 모두의 공간이 갈라졌다. 어머니의 눈은, 가족의 마음은 오직 그 때, 그 곳에 붙잡혀 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어느 순간, 두꺼운 유리창의 안과 밖, 깊은 바다 속 어두운 배 안과 무기력한 바다 위, 그리고 속절없이 끊어진 말. 두 개의 세상, 세월호 사건 이전의 우주와 이후의 우주, 우리는 그 단절을, 그 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날, 그 곳, 그 사건에 묶여 있다. 그리고 다른 세계가, 무심한 세월이 지나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들이, 가족들이, 그들과 함께 손을 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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