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소개

조합원 게시판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의 조합원 게시판입니다.

사월을 흔히 ‘잔인한 달’이라 칭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표현에 걸맞은 풍경이 재연되고 있다. 봄인 듯 아닌 듯 음산한 날씨는 사건의 전조였다. 선사와 관피아 등의 부패로 야기된 ‘세월호 사건’의 원혼들은 아직도 진도 팽목항 주변을 맴돌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산적한 과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답함에 유가족들의 가슴은 미어지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근절되었나 싶었던 권력층의 부패 고리. 한 기업인의 죽음과 그의 충격적인 폭로로 인해 그 흑막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종종 황사가 하늘을 가리고, 처연한 소낙비까지 내리니 정말 ‘잔인한 사월’이다.   미국 시인 엘리어트(Eliot)는 1922년 ‘황무지(The...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아직도 실종자 9명을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에 남겨둔 채.   세월호 참사를 절절히 목도하면서, 이 사건이 앞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한 생각에 더욱 그러한 희망을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공감한 사건이 아니라, 온국민이 오랜 기간 한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며 공감하고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분노했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
잃어버린 봄 [2015-04-06]
나이가 들면 마음의 근육은 더 강해질까, 아니면 몸의 근육처럼 점점 더 약해질까? 운동을 하면 당연히 더 강해질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해주길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도대체 마음의 근육이란 무엇이고, 마음의 근육을 위한 운동이란 무엇인가. 강한 마음이란 어떤 마음인가? 아마도 비유가 잘못되었을지도, 아니면 언뜻 그럴 듯해 보이는 비유를 유행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유행에 뒤처지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작자처럼 보이는 세태이니, 유행이라도 따라가야지. 흠, 비속어(꼰대라는 말)도 쓰지 못하는 늙은이(꼰대) 취급을 받긴 싫으니. 자식 잃은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울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어 버린 요즈음, 울음은 언제 멈추어야 하는가? 나이가 들수록 울 일이 더 많아진 걸까,...
쓰리쿠션(three cushion)이란 당구용어이다. 수구(때리는 공)가 적구(맞는 공) 두 개를 모두 맞추기 전 쿠션을 세 번 이상 맞추는 당구놀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이 용어는 A와 B 사이에 직접 교환이나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제 3자인 C를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이 쓰리쿠션이 학생지도에도 가끔 응용될 때가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란 선생들 알기를 “꼰대”로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D라는 학생이 학생회 일과 관련하여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함으로 교수의 입장에서 그게 다가 아니니 항상 다양한 측면에서 오픈 마인드로 재고해 볼 것을 아무리 타이르고 권면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다소 치사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쉽게...
카디날 유감 [2015-03-23]
약간 오두방정을 떨자면, 며칠 전 소요원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겨울 내내 어둡고 답답했던 서재를 벗어나 초봄의 햇살이 쏟아지는 부엌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일주일의 짧은 봄방학 동안 끝내야 할 원고가 있어, 온 신경이 식탁 위 노트북 화면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침 내내 짝을 찾던 새들의 세레나데도, 내 둥지 내가 지킨다는 관목 속 아줌마 새들의 지지배배 소리도 잦아든 오후. 중천에 뜬 해를 동무 삼아 날개를 한껏 펼친 솔개가 하늘 높이 유영하고, 숲속에서 나목을 오르락내리락 술래잡기하던 다람쥐 한 쌍이 하릴없이 끼욱끼욱 허투로 죽는 시늉을 내더니 그마저도 지겨운지 별안간 달리기를 시작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낙엽 덤불 위로 질주하는 다람쥐 꽁무니 뒤로 사각사각 소리가 흩어진다....
끝물의 시대 [2015-03-03]
끝물이란 농산물이나 해산물 등의 한 해 끝 수확을 말한다. 그 반대말은 맏물이다. 필자가 처음 그 단어를 접한 것은 20대 말경부터 30대 초반까지 산 넘고 강 건너는 강원도 영월오지에서의 꼬박 사년 반 동안의 산촌 경험에서였다. 그 지역은 필자가 떠날 당시 전 주민들도 소개되었는데, 그 지역을 둘러싼 산이 석회암 채굴지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토박이였기에 화전민들의 자손들이 대대로 일구어 온 그 끝물 땅에서 그 단어의 쓰임새를 처음 보았다. 그 지역의 주요 농작물은 고추였다. 고추농사의 끝물은 수확이 다 끝났나 싶은데 찬바람 불며 서리 내리기전 실한 것도 있지만 다소 부실한 것들을 마지막으로 또 거둬들이는 것을 말한다. 당시 필자는 농산물 제값받기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좋은 고추들을 직거래로...
불과 삼사 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웠을 때 나에게는 시와 꽃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아름다운 시를, 나는 꽃 사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런 방식으로 우리는 욕망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서로에게 채워준 셈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사는 친구는 나의 뜰, 소요원 사진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했다. 난 안목이 뛰어난 친구가 선별해 보내주는 젊은 시인들의 맑은 글에서 혼탁해진 영혼을 씻어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시가 소요원이 되고, 친구에게는 소요원이 시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교환이 결코 등가는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면, 전날 밤 꿈처럼 지구의 반대편에서 날아온 시 한 수가 나의 감정기상 예보를 한 순간에 흐림에...
바야흐로 복지정치의 시대이다. 복지영역은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이슈를 생산한다. 국가복지가 우리 일상생활을 재생산하는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만 해도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인해 온 나라가 발칵 들끓었고, 기초연금 도입,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날선 대립도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연말정산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반발과 정책혼란은 재분배적 조세정책 강화라는 취지와 관계없이 국민들에게는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꼼수로 읽혀졌으며, 결과적으로 복지 논쟁으로 확대되었다.   증세없는 복지냐 증세를 동반한 복지냐 라는 이분법적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며칠째 정치권을 달구는 핵심의제가 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저복지 저부담이 아니라 적정복지 적정부담을...
필자는 대학과 대학원 도합 6년을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다. 그러니 짬밥이라면 이골이 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기숙사에서 만난 선후배 인연과 상호 배움은 평생의 밥줄로 작용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기숙사가 교내로 옮긴 관계로 기숙사 방들은 빈대들로 들끓었다. 특히 필자의 방은 더 심했는데, 2층 침대 두 개에 4명이서 자는 좁은 방인데 어떤 날들은 포개고 포개다 못해 맨바닥까지 해서 12명을 채운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빈대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다 차를 놓치거나 해서 잠자리를 청하는 그런 세상에 유익한 빈대들이라기보다는, 대체로 광화문과 서대문, 신촌 늦은 밤거리 침침한 뒷골목을 배회하다 잘 곳을 찾지 못하고 기어들어 온 “어둠의 자식들” 같은 빈대들이었다. 심지어 진짜 어떤 염...
뭐, 쓰라고 하니, 지나가는 생각이라도 하나 잘 붙잡아서 넘기면 되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 때문에 비오는 멋진 주말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지나간 12월 말에는 예상보다 빨리 닥쳐온 추위 때문에 움츠리고 있다가, 1월 하순일 뿐인데도 벌써 봄이 오는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기온이어서 강가에 나갔는데,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잡념에 머리만 더 복잡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옅은 안개가 덮이는 강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 쇠잔한 갈대 잎에 맺힌 물방울, 젖은 신발에 붙는 부서진 풀잎들,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튀어나와 길을 건너 풀숲으로 뛰어드는 고양이, 그리고 내가 붙잡지 못한 수많은 그 무엇들 덕분에, 점차 어둠이 내리는 강변에서, 산책은 여유로웠다.  사실 안이한 생각 ...
 호치민의 아침은 질풍노도의 오토바이와 그린 파파야의 향기로 시작한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호치민은 여전히 오토바이 쓰나미로 여행객을 긴장시킨다. 곡예를 부리듯 자동차와 행인을 요리조리 피해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달리는 베트남의 젊은 오토바이족. 빼곡하게 횡단보도 라인을 밟고 선 그들 사이로 어렵게 한 걸음 떼는 순간, 난 사자 떼에 에워싸인 가젤마냥 심장이 뛴다.   요란스런 오토바이의 물결을 뒤로하고 좁은 인도를 따라 걷는다. 이마를 스치는 공기가 벌써부터 비릿하다. 새벽 텃밭에서 갓 따온 이름 모를 향채의 내음이 코끝에 후욱 밀려온다. 이 강렬하고 낯선 향기가 나에겐 왠지 은은한 그린 파파야 향기로 느껴진다. 트란 안 홍이 만든 <그린 파파야 향기> 라는 영화의 ...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는 아주 짧지만 인생을 감상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굵은 힘과 여린 운치가 잘 버무려져 있다. 또 짧기 때문에 쉽게 기억나 읊조릴 수 있는 시이기도 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시가 요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북쪽 타말파이스(Tamalpais)산의 한 귀퉁이에 있는 피닉스 호수를 오르내릴 때마다 부쩍 떠오른다. 이 지역은 흔히 산악자전거의 성지라고 하는데 나는 느릿느릿 걸으면서 그 시를 즐긴다. 예전에 후배의 권유로 운동 삼아 그 자전거를 비싸게 사서 몇 번 탔다. 하지만 엉덩이가 아파서 이미 처남에게 줘 버린 터라 MTB의 성지에 왔다고 하지만 흥분이 안 된다. 그 보다는 손가락 펼쳐놓고 볼펜으로 손가락 모양을 따라 그리듯이 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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