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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시 태어나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12-19 11:45:23
  • 조회수 : 311

경향신문 오피니언[유종일의 경제 새판짜기]

 

지난 두 달 동안 광장에서 국민이 창조해낸 거대한 비폭력 평화시위는 불의의 권력에 맞선 국민의 놀라운 힘과 시민주권의 드높은 윤리성을 보여주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자괴감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은 촛불시위에 참여하며 자부심을 얻었다. 

 

촛불 광장에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없었고, 여당과 야당의 대립도 없었다. 계층과 세대의 편 가르기, 성별과 학벌에 따른 차별, 강고했던 지역주의의 벽까지도 허물어졌다. 대통령과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등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국민을 배신하고 사리사욕을 채워온 모습에 우리는 다 함께 분노했고, 종북담론이나 지역주의 등 수구기득권 세력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온 사악한 정치적 무기는 무력화됐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시대와 정의를 밝히는 빛나는 촛불로 하나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권자인 시민으로 재탄생했다. 탄핵소추안의 국회통과를 자축하던 시민들은 외쳤다. “우리가 주인이다!”  

 

필자는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적 해결은 시민주권 혁명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미 혁명은 시작됐고, 승리의 체험으로 무장한 주권적 시민의 탄생으로 혁명의 성공을 위한 기본 토대는 마련됐다. 하지만 촛불혁명의 완성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위험과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 4월 혁명은 결국 박정희 쿠데타를 낳았고, 서울의 봄은 전두환 쿠데타로 막을 내렸으며, 6월 항쟁은 노태우의 집권으로 귀결되지 않았던가? 과연 촛불민심에 나타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열망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우리는 정경유착이 없고 주권자의 뜻이 온전하게 반영되는 정치, 부의 극단적인 집중이 해소되고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경제, 친일과 독재를 씻어내는 역사 청산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박근혜씨는 국사를 방기한 채 최순실씨의 조종을 받으며 부정부패와 국기문란 행위를 저질러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그에게 빌붙어 온갖 단물을 빨아먹은 친박 정치인들도 무작정 버티기로 나오고 있다. 김기춘씨를 비롯한 박근혜 정권의 최고책임자들이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황교안씨를 비롯하여 정권의 폭정에 적극 가담한 부역자들이 아직도 정부를 이끌고 있다. 조한규씨의 폭로에 의하면 정윤회씨에게 7억원 정도를 뇌물로 바치고 부총리급 자리에 오른 인사가 현직에 있다고 한다. 수구기득권 세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후안무치함으로 무장하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갖은 발악을 다 할 것이다. 

 

여당의 정치적 붕괴로 인한 반사이익을 즐기고 있는 야당에 앞날을 기대할 것인가? 야당에 반사이익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민에게 심판을 받고도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야당이었고, 반사이익이라도 생기면 아예 노골적인 이전투구에 몰두하다가 자멸하기를 거듭해온 야당 아니던가? 이번 촛불혁명 과정에서도 야당은 우리를 거듭 실망시켰다. 촛불이 대통령 퇴진을 외칠 때 조심스럽게 2선 후퇴를 말하고, 광장이 탄핵을 요구할 때 주저하는 모습으로 질서 있는 하야, 명예로운 퇴진을 말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번 탄핵의 주체는 촛불을 밝힌 시민이었고, 국회는 마지못해 끌려오다 무임승차했을 뿐이다. 

 

탄핵 과정에서도 대선주자들의 정략적 언행은 문제였다. 앞으로 정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대권경쟁이 시민혁명을 망쳐버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무엇보다 광장에서 하나가 되었던 국민이 지지후보에 따라 갈라지고 다투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몇몇 특정인물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건 광장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역행이자 배신이 될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스스로 광장의 힘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선거 결과가 여의도로 가면 민의를 배신하는 ‘귀족의회’로 전락해버리는 좌절을 숱하게 겪어 왔다. 우리는 허울뿐인 주권자였다. 선거를 통해 주권을 위임하고 나면 주권은 소멸해버리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이제 시민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의 재탄생을 위한 기본 설계를 논의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배신과 무능으로 점철된 대의 민주주의를 견인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직접 민주주의의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각성된 주권의식, 높은 교육수준,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탁월한 소통 역량은 직접민주주의의 효율적 작동을 보증한다.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오른 개헌만 하더라도 시민들이 주체가 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권의 개헌논의는 하자는 쪽도, 하지 말자는 쪽도 모두 정략적 계산의 산물일 뿐이다. 결코 합의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온전하게 담은 개헌안이 나올 리도 만무하다. 선거법 개정은 어떤가? 기존의 불공평한 선거법의 수혜자들에게 공정한 선거법 개정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따름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부터 시작해서 정치권에 맡길 수 없는 구체적인 사안들까지 다루는 시민 주도의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민의회 방식을 참고하여 우리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시민 권력을 조직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필자도 서해성·선대인 등과 함께 ‘시민주권회의’를 구상하고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시민주권회의는 우선적으로 촛불혁명의 정신을 정제하여 담아내는 시민헌장을 제정하고, 국민발안제도와 국민소환제도 등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입법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시민 권력의 조직화에는 시행착오도 따르고, 불협화음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한다. 지금은 거대한 시민주권 혁명이 2단계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수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흐름이 등장해야 한다. 이들이 서로 배우고 연대하는 가운데, 마침내 시민혁명의 완성을 향한 동력이 확보될 것이다.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6.12.15 21:32:01 수정 : 2016.12.15 21: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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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52132015&code=990100#csidx661b7bac87d754aa10adff6b7392a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