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소개

언론속의 좋은나라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의 언론속의 좋은나라입니다.


일자리 정책과 사회적 금융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7-31 14:45:07
  • 조회수 : 107

경향신문 오피니언 [유종일의 경제 새판짜기]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추경예산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반영한 ‘일자리 추경’이라며 야당에 통과를 촉구하지만, 야당은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는 향후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다 보니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된 면이 있다. 또한 공공부문 일각에 존재하는 심각한 비효율과 방만 경영에 대한 개혁안이 빠진 채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를 추진하는 것도 공감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효율적이면서도 충실한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이 재정립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주거, 돌봄,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사회적 경제 상품과 서비스, 혁신 기술 개발에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서비스에 사회적기업이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출범 직후에 구성된 일자리위원회는 산하에 사회적 경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 일자리 수석 산하에 사회적 경제 비서관도 두기로 하였다니 적극적인 정책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경제는 좁은 의미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유경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그 주축은 역시 협동조합이 될 것이다.


사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된 대형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소유지배구조가 민주적인 협동조합 금융의 경우에는 탐욕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 국면에서 고용사정과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협동조합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유엔은 협동조합이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었다. 과거 한국경제는 고용창출과 소득분배 및 복지증진 등 사회경제적 성과를 주로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존했으나, 성장 둔화가 지속됨에 따라 사회적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대안적 기제가 필요하게 되었고 가장 유력한 대안적 기제로 협동조합이 부각된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간의 인적결합을 토대로 일반적인 기업의 형태로는 경쟁력이 충분치 않아 기업이 유지되기 어렵거나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일반 기업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며 동시에 근로조건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또한 협동조합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고비용고품질 시장을 제외하면 저비용저품질의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 불만족이 크고, 부정 수급과 비효율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서비스 사업은 수요자가 혹은 전달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이는 신뢰와 소비자 만족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낳을 수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쿱택시, 클린광산 협동조합,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동육아 산들어린이집, 복정고 학교협동조합 등 일부 협동조합들의 성공사례는 협동조합이 고용창출과 고용의 질 제고, 복지 증진 등에 이바지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현실이 결코 장밋빛은 아니다. 기본법 시행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조합이 설립되었으나, 급격한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인 성숙과 사회적 성과는 아직 부족하다. 신생 협동조합 수가 1만개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조사결과에 의하면 그중 반 정도는 사업운영을 하지 않거나 폐업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2015년도 경영공시를 한 일반협동조합이 51개에 불과했는데, 그중 41개 조합이 적자였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육성 정책이 결국 ‘부실기업’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자칫하면 ‘약’보다는 ‘독’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직접적인 지원금의 제공은 금물이다. 협동조합의 시장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자립, 자치, 자조와 같은 협동조합의 원칙과 현명한 사업계획인데, 은근히 정부지원을 기대하고 자생력을 키우지 않거나 심지어 정치권이나 지자체와 유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궁극적으로는 공정경쟁을 교란함으로써 시장경쟁을 왜곡한다. 이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이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정책 등에서 이미 나타난 문제이며, KDI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정부지원금이 매출이나 당기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협동조합의 숫자 등 양적인 지표에 연연하기보다는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직접지원은 최소화하고 시장경쟁력을 갖춘 협동조합이 등장하도록 협동조합 친화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경쟁력을 잃은 조합은 도태되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금융의 활성화다. 일반 금융기관에서는 금융규제 등의 이유로 협동조합이나 여타 사회적 경제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한 대출심사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발달한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민관협력을 토대로 하여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에 특화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에만 맡기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의 직접 지원도 피하고 민간주도의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금융시스템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책임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융당국이 사회적 경제 조직을 불신하여 사회적 금융이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제는 민간 주도의 사회적 금융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종일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7.07.20 21:35:01 수정 : 2017.07.20 21:38:29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202135015&code=990100 

File
경향6월.jpg [13.0 KB] (download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