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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시즌 2 시작할 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11-21 11:38:44
  • 조회수 : 454

 

[경향신문 오피니언]경향신문 오피니언 [유종일의 경제 새판짜기]

20년 전 이맘때 ‘IMF 경제위기’의 발발과 진행을 지켜보며 분노와 우려의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정부를 앞세운 국제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들의 요구를 마치 위기 극복을 위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국내 풍토에 분노했고,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의 물결 속에서 나날이 늘어나는 실업자들과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흐름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당시 사업이 망하고, 직장을 잃고, 가정이 해체되는 고통을 겪은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국부의 유출과 빈곤의 증가, 고용불안의 증대와 중산층의 붕괴 등 아직도 남아있는 상처를 잊어서도 안된다.



20년 전과 같은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외환보유액, 단기 외채, 대외신인도, 경상수지, 재정적자 등 통계 숫자로 보면 걱정이 없다. 하지만 통계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지는 않다. 20년 전에도 정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 않았던가? 가혹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던 그 겨울 어느 날, 경제학자들이 모여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한 후배 학자의 말에 귀가 번쩍 열렸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해방 후 반민특위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빠져드는데도 지도층이 제 욕심만 챙기는 나라, 그래도 책임 추궁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수많은 경제위기를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모든 경제위기의 공통 원인은 부와 권력을 가진 특권층이 서로 결탁하여 과욕을 부리고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기보다 마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행위를 밝히고 처벌하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이며, 이는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경제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조치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은 촛불항쟁으로 몰락했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마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정권 실세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 이명박 정부의 적폐에 대해서는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군과 국정원을 동원한 정치공작에 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수많은 기업 비리 사건 등은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다. 석유공사 사장과 가스공사 사장 등은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인 포스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서 정준양 전 회장은 1, 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수많은 비리와 파행으로 얼룩졌으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국고의 손실을 초래하고 나라의 운영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한 이명박 정권의 거대한 범죄적 사익 추구의 실상을 밝히고 처벌하는 데까지 나가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적폐청산도 반민특위처럼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과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도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안보의 최전선을 책임져야 할 군과 정보기관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한 안보 저해 사범의 뻔뻔한 적반하장이다. 사실 그는 적반하장의 고수다. 4대강 사업의 여파로 심각한 녹조가 발생한다는 언론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2013년 가을에 “녹조가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이 발언은 필자와 뜻을 함께한 동료들이 분개하여 <MB의 비용>이라는 책을 펴내게 된 동기가 되었다. 



“MB는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우리는 뭔가 상황을 바꿔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그 출발로 MB 정권이 국민에게 끼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2015년 2월 세상에 나온 <MB의 비용>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완종 사건이 터졌고 자원외교 비리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성완종의 죽음으로 진실은 땅에 묻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식었다. 이제 MB의 적반하장이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으니, 우리는 <MB의 비용> 시즌 2를 시작할 때다. 시즌 1보다 훨씬 철저하고 엄정하게 밝혀야 한다. 



필자는 <MB의 비용>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둘 사이에 쌓인 사적인 감정으로 보나 정치적 셈법으로 보나 MB에 대한 추상같은 응징이 마땅하련만, 박근혜 대통령이 MB를 감싸고 돌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대선을 매개로 해서 둘 사이에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가 형성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에 기반한 추측일 뿐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 김관진의 국방부와 원세훈의 국정원이 자행한 정치공작의 실상이 드러남으로써 이제 그 진실의 일단은 밝혀졌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자원외교와 포스코 비리 등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것도 박근혜 정권하에서 검찰이 고의로 부실하게 수사를 한 탓이 클 것이다.



더 이상 박근혜의 발목을 잡고 버틸 수가 없는 MB 측은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 항변하고 노무현 정권의 치부를 들추어내겠다고 협박하는 등 정치적 이전투구로 몰아가려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터무니없는 짓이다. 현 정부는 정치적 부담에 머뭇거리지 말고 정면 돌파를 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더욱더 높은 도덕성을 유지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제 살 깎기’도 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MB가 최후의 보루로 믿는 것은 아마도 숨겨놓은 재산일 것이다. 친일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박근혜와 최순실의 경제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이용해 축재를 해놓은 자들은 모두 이를 기반으로 호시탐탐 정치적 부활을 꿈꾸며 기회를 노려왔다. 적폐청산은 적폐세력들이 숨겨 놓은 불법 재산을 환수해야만 완성된다.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 결탁하여 공익을 짓밟고 사익을 추구하는 일에 용기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이먼 존슨의 진단에 따르면, 그것은 경제위기를 다시 불러오는 지름길이다. IMF 경제위기 20주년을 맞아 <MB의 비용> 시즌 2를 진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7.11.16 21:14:00 수정 : 2017.11.16 21:23:5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62114005&code=990100#csidx0fe22a450be98f1a847981d9ffbc6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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