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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헌법,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11-06 14:42:38
  • 조회수 : 612

[경향신문 오피니언]경향신문 오피니언 [유종일의 경제 새판짜기]

촛불혁명은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1단계 탄핵과 정권교체는 완료되었고, 2단계 적폐청산은 진행 중이며, 3단계 개헌은 국회를 중심으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개헌이 과연 성사될지에 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내에서 개헌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관심은 부족하다. 성공적인 개헌으로 촛불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헌 논의의 무게중심을 국회 주도에서 국민 주도로 옮기고, 개헌 논의의 초점도 권력구조 문제에서 일반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옮겨야 한다. 경제헌법 개정이 중요한 까닭이다. 

 

촛불광장에는 정경유착을 규탄하고 경제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억울하고 고단한 ‘을’들의 원성이 가득했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금수저 출신이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분노가 또한 촛불로 타올랐다. 대다수 국민들은 지나친 불평등을 해소하여 고르게 잘사는 경제가 이루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번 개헌은 반드시 이러한 변화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의 경제 조항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 조항과 토지공개념 조항이다. 119조 2항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하여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122조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토지공개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 헌법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 국가의 시장 개입을 광범위하게 용인 혹은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해온 헌법재판소조차도 우리나라의 헌법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일관되게 판시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현실은 ‘사회적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 경제민주화와는 반대로 경제력의 집중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불공정 거래와 ‘갑질’이 만연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무색하게 부동산 투기와 독점이 일어나고,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 문제가 심각하다. 헌법에 규정된 노동권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헌법에 나와 있지도 않은 경영권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다. 헌법의 국민주권 조항과 민주제도 조항은 우리가 긴 세월 수많은 투쟁을 통해서 그 내용을 채우고 쟁취한 것이다. 반면, ‘사회적 시장경제’ 조항은 우리 헌법에서 갈수록 약화되었고, 이에 대한 저항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유명무실화되고 말았다. 이제 국민의 의지를 모아 이를 되돌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마치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이 1987년 6월 항쟁에 뒤따른 민주화 과정에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새롭게 우리 헌법에 반영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제헌헌법 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의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규정하였다. 유진오 박사는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함께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입국의 기본으로 채택하였음을 명시한 것”이라고 이 조항의 의미를 해석한 바 있다. 이렇게 강력하고 분명한 경제민주주의 조항이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점차 약화된 것이 오늘날의 119조가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경제적 자유와 경제민주주의의 순서가 뒤바뀐 것과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국가의 의무를 희석한 것이었다. 이렇게 현행 헌법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만 도입했을 뿐, 내용적으로는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는 헌법이었다. 

 

경제민주화 조항의 강화가 필요하다. 첫째, 경제력 집중의 방지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시장 지배나 경제력 남용의 구조적 원인인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지 않고 행태 규제만으로 억제하기 어렵고,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과도한 경제력 집중의 해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피해자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제공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규제와 조정만을 경제민주화의 수단으로 삼으면 관치경제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적 자치를 통하여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경제주체 간의 조화라는 표현의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주체들의 참여, 상생,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규정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다”를 “하여야 한다”로 수정하여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토지공개념을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도 핵심적인 개헌 사항이다. 현행 헌법이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소극적 태도와 일부 언론의 오도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토지공개념은 위헌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토지공개념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따라서 122조에 “토지 투기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하여”라는 식의 문구를 삽입하여 토지공개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는 것만으로 토지공개념의 궁극적인 목적인 주거와 영업활동의 안정을 이루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공공임대주택 등 적극적인 주택공급정책이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현실을 타파하고 공정한 임대차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물론 헌법의 경제 관련 조항들을 개정한다고 경제 현실이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질서가 지켜야 할 원칙과 추구해야 할 목표가 분명하게 규정되면, 이는 향후 국회의 입법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여론과 의지가 결집되어 개헌이 이루어질 때, 그 실효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7.10.19 22:36:01 수정 : 2017.10.19 22:48: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922360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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