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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란과 소득주도성장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11 11:43:17
  • 조회수 : 230

[유종일의 경제새판짜기]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올림픽 조정경기에 출전했다. 조정은 키를 잡는 조수의 리드에 맞춰 여러 명의 타수가 호흡을 잘 맞추어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하는 종목이다. 선수들 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힘이 분산되고 저항까지 발생하여 속도가 줄어든다. 낯선 종목이어서 무관심한 국민도 일부 있고 심지어 대한민국은 양궁이나 태권도에 집중할 것이지 무슨 조정이냐고 야유를 하는 부류까지 있지만, 많은 국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한 조정 팀이 선전하기를 바라며 응원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표팀은 왜 저러나 싶게 제대로 나아가지도 못하였다. 실망한 국민은 많은 말들을 쏟아냈고, 전문가들은 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여러 논란이 일었지만 후미에서 어설프게 노를 저은 최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최 선수는 너무나 억울했다. 진짜 문제는 조수의 리더십 부족과 다른 선수들의 태업이었기 때문이다. 거 선수, 복 선수, 노 선수, 자 선수, 중 선수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노 젓기에 거의 힘을 싣지 않았다. 공 선수는 나름 자기 역할을 했지만, 그 정도로 배가 제대로 나갈 리가 없었다. 당황한 최 선수는 혼자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있는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다. 이 과정에서 너무 서두르고 무리한 나머지 물을 마구 튀기고 폼이 망가져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고, 팀의 총체적인 실패에 대한 책임을 억울하게 뒤집어쓴 것이다. 

 

위 이야기는 최근의 최저임금 논란을 빗대어 지어낸 것이다. 여기서 조정경기는 소득주도성장을 가리키는 것이고, 최 선수는 바로 최저임금이다. 거 선수는 거시경제 정책이고, 복 선수는 복지정책이다. 노 선수는 노사관계 정책, 자 선수는 자영업 대책, 중 선수는 중소기업 정책, 그리고 공 선수는 공정거래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정책들이 서로 잘 호흡을 맞추어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별로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큰 짐을 지고 왔으나, 그 결과 오히려 홀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논쟁이 최저임금의 효과라는 미시적인 측면에만 한정되어서는 이러한 큰 그림을 놓치게 되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큰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 다른 정책들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영업 부문이 과도하게 큰 우리 경제의 특성 때문이다. 서구에서 사용하는 임금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따르지 않고 굳이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 부문은 과당경쟁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형편이고, 자영업자는 평균적으로 임금노동자에 비해 훨씬 소득이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일을 도외시하면 소득주도성장은 반쪽짜리가 되고 만다. 또한 이들의 지불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은 부분적인 고용 감소와 자영업 상황 악화 등의 부작용을 낳아 소득주도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시장의 힘과 반대로 가는 정책은 그만큼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아울러 시장의 힘에 의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저임금 노동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 저임금 노동의 공급을 축소시키는 것, 저임금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수요 증가를 위해서는 거시경제 정책이 보다 확장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이 부분에서 금리 인상 압력과 환율 하락이라는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다. 그렇기에 재정 측면에서 훨씬 과감한 확장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저임금 노동 공급의 축소를 위해서는 복지의 확충, 특히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한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최악의 노인 빈곤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푼돈이라도 벌겠다고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실질은퇴연령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건강한 노인들이 자아실현과 사회적 기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은 논외로 하고, 최소한의 생활비가 모자라서 극단적인 저임금을 감수하고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나라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 수입이 산업연수생 제도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저임금 노동 공급을 위해 활용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빈곤 노인이건 외국인 노동자건 한편에서는 저임금 노동의 공급이 지속되는 걸 놓아두고 법으로 최저임금만 올리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대부분 대기업, 고임금 직종에 조직되어 있다.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에 분산되어 존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단결권과 단체협상권을 행사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이들이 사업장 등의 경계를 넘어서 손쉽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는 자영업과 중소기업 부문의 지불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도 수반되어야 한다. 자영업의 경우 임대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획기적 대책과 보다 실효성 있는 골목상권 보호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다. 동시에 가맹점, 하청업체, 납품업체 등의 교섭력을 제고하는 공정거래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왔으나 동시에 급격한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였다. 영세 자영업 부문과 기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매우 크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자영업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조사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최저임금에 소득주도성장의 큰 짐을 너무 많이 지우면 안된다. 거시정책, 복지정책을 포함하여 위에 열거한 여러 분야의 정책들이 골고루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향신문 입력 : 2018.06.07 21:07:00 수정 : 2018.06.07 21:08:21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072107005&code=990100#csidx42d4a57cf219a6e8956105783656f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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