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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세상읽기]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 악당 보트랭은 라스티냐크에게 세상 사는 법을 한 수 가르치면서, 아무리 성공하고 출세해도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것만 못하다고 일러준다. 토마 피케티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이 조언은 19세기 유럽의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상속재산 상위 1%가 놀고먹으며 버는 재산소득만 해도 상위 1% 임금의 2.5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세습자본주의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보다 상속자들이 훨씬 많은 부와 특권을 누리는 사회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서구 선진국들의 소득불평등이 점점 악화되어 세습자본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자본과세를 실시...
경향신문[정동칼럼]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 사회가 낳은 비극이다. 그런데 그러한 비극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자리를 9년째나 지키고 있는 ‘살기 싫은’ 나라다. 2011년에만 1만5681명이 자살했다. 하루에 43명꼴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무한경쟁 사회에서 불안과 낙담, 좌절과 포기를 거듭하던 끝에 벌어진 일이라니 한국의 자살은 가히 ‘사회적 타살’이라 불릴 만하다. 하루 43명, 7일에 301명이 자살로 내몰리니, 일주일에 한 번씩 세월호 참사와 같은 규모의 사회적 타살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10대에서 30대 사이의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가 일러주듯, 그러한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아직 채 살아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이다.&n...
경향신문[세월호와 한국사회-국가,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3) 아프다. 너무나도 아프다. 바닷물 속으로 잠겨가는 배 안에서 어린 학생들이 보내온 문자와 사진, 동영상들은 맨 정신으로 볼 수가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엉터리 같은 세상에서 어른들의 덫에 걸려 꽃다운 목숨들이 스러져갔다. 세월호 참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극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선박개조, 선장과 선원의 보고 묵살, 청와대 신문고 제보 묵살 등등 수많은 있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세월호 침몰사태가 야기됐다. 배가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한 이후에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죄 없는 승객들이 속절없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그래서 더 아프다.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이유도 까닭도 없는 죽음을 양산해...
프레시안[기고] 박근혜 물러난들 '정치'가 바뀔까?문제는 정치다. 모든 시민의 생명과 복지를 최우선시 해야 할 민주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렇게 처참한 일들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그 괴물은 결국 정치가 키운 것이다. 이제 그 괴물을 잘 다루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든가, 어딘가에 가두어 놓고 통제를 하든가, 그 모두가 어렵다면 아예 죽여 버릴 때가 됐다. 어느 쪽이든,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세월호가 속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른바 '구원파' 교회에서 "기업이 곧 교회요, 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로 예배"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돈을 부지런히 만들고 정성으로 섬길 때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맘...
[브레인미디어 칼럼] 어쩌다 한국의 문화는 삶의 목적과 수단이 많이도 멀어져버렸다. 지금의 한국 성인들 대다수는 자신의 꿈을 키워볼 기회도 없이 성적을 올리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공부를 왜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더 잘하느냐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분위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가난했던 국가였기에 그런 면도 있다. 이유는 있었지만 목적보다 수단에 급급한 정신은 돈을 왜 버느냐보다는 어떻게 더 많이 버느냐로 자연스럽게 이행한다. 모든 사람이 소중하며 그 사람이 살고 다니기에 건물과 다리를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중요한데 돈을 생각하면 공기를 앞당기고 철근을 빼거나, 배와 트럭에 과적을 하며 이윤을 더 남기는 것에 관심이 간다. 과거에도 지금도 일부 탁월한 여건을 갖춘 이들을 빼고는 제도권 내의 학생들이 ...
'21세기 자본론’ [2014-04-30]
한겨레신문[세상 읽기]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시쳇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서평을 쏟아내는 경제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출판계가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너무나 부럽다고 할 정도다. 이 책은 지난 300년간 세계의 자본 혹은 부의 축적과 소득의 분배에 관한 치밀한 경험적 연구를 집대성하고 이를 성장과 분배에 관한 간명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 시대의 성격과 도전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서의 제목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이 책은 요즘 흔히 보는 경제학 저술과는 달리 역사와 정치에 관한 깊...
더 이상 끔찍할 수가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피해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다. 사고를 둘러싼 정황이 하나 둘 속속 밝혀지면서 아직도 개발도상국과 다름없는 부실덩어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확인한다. 세월호의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의 안전성에서부터 안전수칙 준수와 사고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정부는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규제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규제가 촘촘하고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선진국이다. 후진국일수록 규제가 허술하고 잘 지키지도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저 기업 편에서 규제도 풀어주고 검사도 대충하고 비정규직도 마음대로 쓰게 한 결과 ...
 한겨레신문 [세상읽기] 성적이 시원치 않고 교우관계도 좋지 못한 한 학생이 있다. 심지어 부정입학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착한 일을 할 때도 있고 시험을 잘 볼 때도 있다. 원래 형편없는 학생이니 무슨 저의로 착한 일을 했나 의심하고, 잘해봤자 아직도 세 개나 틀리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것이 옳을까? 평소의 나답지 않게 오늘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칭찬과 격려의 글을 쓰고자 한다. 아무리 다른 잘못이 많다고 하더라도 잘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만큼은 칭찬해주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며, 좋은 정책이 반대와 저항에 부닥쳐서 좌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특히 관심이 있는 세 가지 정책을 꼽아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고용노동부가 마련...
민주당과 소위 안철수 신당의 전격적인 합당 발표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선거 때만 되면 당명이 바뀌고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군다나 통합을 결정한 과정이 몹시 비민주적이었다. 연대의 가능성마저 철저하게 부인하던 안철수 신당이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안철수 의원 개인의 결단으로 민주당과 합치기로 한 것이다. 양대 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것이 새정치라고 주장하더니 그 중의 하나와 합치겠다고 하니 국민들은 놀랐고, 안철수 의원과 함께 신당을 만들기 위해 새정치연합의 깃발 아래 모였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안철수 의원 개인 중심의 사당화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철저하게 사당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한겨레신문 [세상 읽기]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과격한 언사를 동원하여 규제 완화를 부르짖고 있어서 화제다. 투자와 고용창출을 막는 “쓸데없는” 규제는 “암 덩어리”, “우리가 쳐부술 원수”와 같다며 “불타는 애국심”으로 규제를 혁파하자고 한다. 규제 혁파는 대한민국이 계속 발전하느냐 여기서 주저앉느냐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연목구어요, 아닌밤중에 홍두깨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저조한 까닭은 실질임금의 정체와 소득 불평등 확대에 따른 내수 부진인데, 이참에 소원수리 하고 싶은 재계의 속삭임에 넘어가 규제가 적이라는 것이다.  해보면 알겠지만 쓸데없는 규제라는 게 생각처럼 많지 않다. 역대 정부 중에 규제와 전쟁을 하지 않은 정부가 있었던가?...
한겨레신문[세상 읽기] 지난주에 비트코인(bitcoin)의 거래가격이 120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한창 각광받던 지난해 11월의 고점 대비 거의 십분의 일 토막이 나고 말았다. 투자자들에게는 낭패지만, 언젠가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기관을 두지 않고 누구나 복잡한 수학 암호를 푸는 소위 ‘채굴’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익명성과 거래의 편리성 때문에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특히 전체 통화량이 한정되어 있고 채굴량이 늘어날수록 채굴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도록 되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최근 각국 정부의 규제와 해킹으로 인한 도난 등 비트코인 결제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