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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215호_백승헌_개헌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12 09:06:56
  • 조회수 : 75
현안과 정책 제215호
개헌,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
백승헌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이 시기 개헌은 민주주의의 보루인 헌법질서를 보다 공고히 할 필요뿐 아니라 촛불의 완성과 제도화라는 의미에서도 시대적 핵심과제이다. 정치권 역시 지난 대선에서 이미 이번 지방선거시 까지 개헌을 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바 있으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으로 규정되는 우리 정치 현실은 실제 개헌의 성사를 가로막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이 경주되고 있으나 현실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녹록치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순차개헌, 최소개헌 등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가지고 합의의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고, 주권자들은 개헌을 정치권에 맡겨 놓기보다는 직접 압력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나아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의 성패와 무관하게 (실패할 경우에는 더더욱)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미래를 위한 새로운 헌정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들어가면서
 
2017년 한 해 동안 국회 내부에서 머물던 개헌논의가 금년 초 대통령 담화를 기점으로 정부 주도로 바뀌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와 함께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도 일정부분 탄력을 받아 각 단위의 개헌안이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 제출되는 등 개헌 성사를 위한 논의와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개헌논의는 촛불 이전에 산발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현재의 헌법질서가 민주주의의 수호기능을 하는데 있어 미흡하다는 것을 지난 10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현행 헌법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훌륭한 복원력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보여주었지만,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점이나 고착되어버린 정치 지형을 바꿔내지 못하고 그에 따라 일상시기 민주주의 퇴영을 방지하지 못한 지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헌법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게 하였고 이는 촛불 정국을 통과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결국 헌법을 보다 민주적이고 주권자친화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촛불 민심의 제도화이고 그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국제기준에 미흡하였던 기본권조항을 인권감수성과 진전된 국제적 기준에 터 잡아 튼실하게 만드는 작업이나,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 기반을 만드는 작업 등도 헌법 개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헌의 내용과 시기에 대한 여야 합의 가능성
 
현실 정파 모두 (적어도 구두상으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 동감을 표하고 있고 지난 대선 당시 그 시기까지도 합의한 바 있으니 현실적인 개헌 가능성도 지난 30년 이래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개헌의 성사가능성에 대하여는 대통령과 각 정파의 공약인 6월 지방선거 시기 뿐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기 힘들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일 듯하다. 현 대통령 뿐 아니라 각 당의 후보 모두가 동의하기도 한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공약시한이 불과 3개월 밖에 안 남은 이 시기까지도 불투명한 것은 한국 정치의 비효율성과 부정직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의 논의지체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이며 하나로 단순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먼저 현행제도상 합의에 의한 개헌이 성사되기 힘든 구조를 들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 헌법은 성문헌법이자 최고법규를 너무 쉽게 바꾸는 것을 곤란하게 만든 경성헌법체계이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발의와 2/3의 찬성을 요구하는 헌법개정 정족수는 현재 의석비율에 따르면 주요 정파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런데 87년 현행헌법으로 개정된 후 원내 제1당이 2/3는 고사하고 60%를 넘게 차지한 적이 없고, 현재 제 1당의 의석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개헌의 필요성 뿐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하여도 각 정파간에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공약자체는 힘을 잃기 십상이다.

나아가 합의제 정신이 구현되기 보다는 모든 사안이 정치적 이해로 얽혀 상대정파의 실패가 곧 우리정파의 성공이 되고, 역으로 상대의 성공은 나의 실패가 되는 제로섬게임이 횡행하는 우리 정치문화의 문제가 엄격한 정족수 규정과 맞물려 개헌의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 출범 이래 제1야당의 정치행태는 이러한 질곡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선, 총선, 지선이 각각 그 임기와 선거시기가 달라, 전국단위 선거가 교차하여 거의 매해 치러지는 상황에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정파 간 유불리에 따라 개헌을 단기적 관점에서 사고할 경우 합의의 가능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러한 요소가 얽히고설키면서 겉으로는 상당부분 합의에 이른 것처럼 보이는 개헌이 현실화되기 힘든 상황을 낳고 있다.

총론에 묻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권력구조 등 첨예하게 갈라선 문제 뿐 아니라, 합의가 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기본권 부분도 실제 그 합의가 상당부분 겉으로만 된 것이지, 내적으로는 동의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이다. 국회 개헌 특위에서 여야간, 그리고 자문위원 그룹 사이에서 장기간 토론한 결과로 만들어진 내용 역시 개헌내용이 확정될 시기에 이르면 다시금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논의 내용에 대하여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된 내용과 이에 대해 취했던 각 정당의 태도를 보건대 합의되었다고 보도된 부분도 과연 실제 그러한 것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와 그 성사 가능성
 
이처럼 국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국회 논의를 재촉하는 한편 연초부터 또 다른 발의 경로인 대통령 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실제 2월부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통령 발의안에 대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하였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역산해 보면 늦어도 3월 하순 경에는 헌법안 마련이 이루어지고 발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과반수에 의한 발의가 이루어지면 20일 이상 기간을 정하여 공고를 한 다음에 국회에서 표결로 개헌안을 통과시킬 경우에 한하여 국민투표 절차로 가게 된다. 현재의 여야 구성과 국회 논의 상황을 보면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보다 대통령의 발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의결정족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제 3당들의 협조가 있다하더라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투표나 불참의 경우 국회통과 가능성도 거의 없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지금까지 일부 그룹에서의 논의에 머물렀던 개헌 담론을 현실적, 제도적 논의 단계로 구체화하는 것이고, 당장 개헌이 현실화되지 않아도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공식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에 제출될 개헌안의 내용은 향후 헌법이라는 공동체의 근본 규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끌어갈 논의 기준점이 될 것이며, 이는 제1야당에게도 무작정 반대하거나 마냥 미루기만 할 수 없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
 
물론 정부와 여당이 자유한국당이 바라는 내용으로 특히 권력구조에 대한 부분을 수용한다면 개헌이 이루어지겠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민의에 합치하지도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민심에 대한 무관심(?)이 바뀌기 힘들다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개헌 논의 자체를 꺼내지도 말자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힘들어도 꾸준히 헌법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바꿔나가고 고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개헌은 향후에도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의 계기이자 결과물일 것임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어느 시기 정부의 정략에 의한 한 번의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을 최종 완성물로 보기보다는 긴 과정의 첫걸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현실화한다는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회, 국민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소개헌, 순차개헌의 방안을 고민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높여 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정치권을 탓하고 현재의 정치 지형이 개헌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하기 전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단순한 동의 수준을 넘어선 개헌의 시급성과 절실함이 국민 의식 전반으로 더 퍼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압박을 느낀 정치권 전반이 여야를 막론하고 이에 조응하여 나갈 것이다. 정치권 내부의 소통과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촛불과 같은 국민의 직접 행동과 압력만이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다.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 역시 정치권을 향한 공중전 이상으로 주권자들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지방 선거 이후의 개헌
 
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존 헌정질서 안에서의 개헌이 아닌 비상 개헌으로, 합의에 따른 개헌보다는 집권자의 일방적인 개헌으로, 국민의 참여보다는 정치세력만에 의한 개헌으로 이루어져왔고, 개개 조항의 필요성에 대한 숙의에 기초하기 보다는 일괄적, 포괄적 개헌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개헌과정은 이런 비정상의 헌법개정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개헌논의는 지방선거시까지 노력을 하여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시까지 개헌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한편, 결국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향후 보다 더 진전된 개헌이 성사될 수 잇도록 논의기초를 다지고 지속성을 가지게 하는데도 또 하나의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 역시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지나간 의제로 치부하여서는 결코 안될 것이고, 민간영역 역시 규범으로서의 헌법 개정에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 의제의 확인과 타협과 합의의 결과물 도출을 위한 공론장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설령 개헌이 이루어진다하여도 지극히 제한적 합의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조건에서 보면, 이후의 보완과 개선을 위해서라도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마치며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중 하나의 징표로 최근 들어 개헌이 불가능해진 정치현실을 들기도 한다, 반면 스위스나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는 자주 헌법조항을 일부씩 바꾸어 나감으로써 새로운 인권개념을 헌법에 들이고 이를 사회 규범화하는 등으로 공동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각 구성원 간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금은 우리사회의 헌정질서를 어느 방향으로 설계할지를 정하는 정초적 상황이다.